[아시아스타뉴스]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에 자리한 유서 깊은 문화유적, 밀양 허씨고가(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10호)가 130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그 굳게 닫혔던 문을 다시 연다. 오는 9월 13일, 이 고택의 문이 열리면서 조선 후기부터 격변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유학자 가문의 흔적과 이야기가 현대인에게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밀양 허씨고가는 1890년경 유학자 금주(錦州) 허채(許埰) 선생이 김해에서 밀양으로 이주해 건립한 한옥이다. 이 가옥은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 한 가문이 새로운 터전에서 학문적 기개를 펼치고자 했던 역사적 사건의 산물이다. 한때 이 지역 농경지의 80%를 소유했던 대부호의 흔적은 비록 일부만 남아 있지만, 안채, 중사랑채, 사당, 창고 등 네 채의 건물은 여전히 고택의 웅장한 면모를 짐작하게 한다.
특히, 이 고택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보존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역사적 기록이다. 대부분의 문화유적이 소실되거나 변형된 것에 비하면, 허씨고가의 존재는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 살아있는 연대기라 할 수 있다.
밀양 허씨고가는 건축적 가치 또한 뛰어나다. 안채에 사용된 팔작지붕은 당시 양반 가문의 위상을 보여주며 , 숨 쉬는 전통 기와는 비가 오면 물을 흡수했다가 증발시키며 목재가 썩는 것을 막는 등 자연과 조화를 추구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증명한다.
돌과 흙으로 쌓은 토석담은 외부 시선을 차단하고 가문의 위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주변 자연과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미학을 선사한다. 정교하게 짜인 나무 문살의 격자무늬는 빛을 여과하고 바람을 조절하며, 내면의 세계로 통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처럼 허씨고가는 건축 요소 하나하나가 물리적 아름다움과 함께 시대의 정신을 담아내는 공간입니다.
밀양시는 이 유산을 현대인의 삶 속으로 들여와 살아있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밀양시 한옥(고택) 운영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감성공간연구소와 아리랑문화놀이터가 협력하여, 고택의 유교적 유산을 '지혜의 정원'이라는 테마로 재해석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밀양 허씨고가는 이제 단순한 휴양이나 치유를 넘어,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복합적인 웰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현대인이 추구하는 '경험'과 '의미'에 부합하며, 기존의 물리적 웰니스 개념을 정신적, 미식, 예술적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고즈넉한 고택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비베카요가'와의 연계 명상 프로그램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전통 다도 및 고택 음악감상 체험을 통해 선비들의 일상을 재현하며 방문객에게 평화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발효한식명장 박은정과의 협력은 단순히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전통 발효 음식의 '지혜'를 배우는 체험으로 확장된다. 오는 9월 27일부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고택 장날'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허씨고가 대추된장, 사과고추장' 등 스토리텔링이 담긴 전통 발효식품을 판매하여 미식과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케이-푸드'의 가치를 창출한다.
고택 마당은 '아트마당'과 '플리마켓'으로 변모하여 지역 장인 및 청년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는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판로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에게는 전통 공간 속에서 현대 예술을 만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박형섭 작가와 함께하는 '상상 놀이체험'은 아이들의 창의력과 정서적 성장을 돕는 '예술 웰니스' 모델을 제시합니다.
밀양 허씨고가는 이제 단순한 보존 대상을 넘어, 과거의 지혜를 발판 삼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장재규 특임기자 jabin14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