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노성진］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한국교육원 졸업 여행을 다녀왔다. 건축과정과 졸업여행의 복합개념으로 예술과 건축의 섬 '나오시마'를 다녀오게 되었다.

 나오시마는 원래 산업시대의 폐기물 처리장이었던 작은 섬이었다. 그러나 출판기업인 '베네세' 그룹에서 중요부분들을 사들여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건축 계획을 맡김으로써 지금의 예술과 건축의 섬이 되었다.

 여행 가이드에 열거 된 이야기 말고 나오시마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지는 각자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필자의 시선에 들어 온 나오시마의 매력은 "허심虛心하고 관대寬大하며 시간이 중첩重疊된 고유의 풍경에 예술과 건축이 스토리처럼 포개어진 것 "으로 본다. 나오시마는 세토우치해협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의 바다는 늘 평화롭고 잔잔할 뿐 아니라 나지막한 산수 덕분에 一步一景(한발 한발 새로운 풍경)을 보여 주는 이득까지 있다.

 나오시마는 허심하다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허심은 과하지 않게 정돈된 민가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바로 따라 붙는 단어는 관대와 시간의 중첩이다.

 영국 수필가 찰스 램은 젊은 시절 영국 동인도회사에 취직해 33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퇴근 후에 글을 쓴다. 갈급한 시간에 쫓기어 써 오던 것에 늘 괴로워하며 글을 쓴 그가  퇴직을 한지 3년 후 어느 날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는 일 없이 한가하다는 것이 바쁜 것보다 훨씬 괴롭다는 것을 알았네. 시간 시간 빈둥대기가 일쑤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나를 학대하게 되더군. 좋은 생각도 바쁜 가운데 떠오른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네.” 라고 썼다.

 또한 박노해 시인이 남겨 놓은 글로 생각을 대신하고 싶다.

"오랜 시간을 순명順命하며 살아 온 것

시간을 거슬러 정직正直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지는 것

오래 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나오시마의 최고의 꽃은 언덕 끝에 지하에 자리 잡은 지중미술관이다. 인상주의(정확한 형태를 드러내지 않고 몽환적 시선으로 당시의 인상을 화폭에 담아내는)를 인상적으로 보여주면서, 전기 인상파의 최고의 작가였던 클로드 모네가 시각감각의 함몰과 죽음의 문턱에서 치매환경을 겪으면서 그린 그림이 있고, 1977년에 대지 설치작업으로 이름을 세계에 드러냈던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1935~2013)의 작품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한솔 뮤지엄에 현재 전시되고 있어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빛의 마술사 1943년생 제임스 터럴(James Turrell)의 영혼이 안도다다오의 건축과 함께 그 자리에 있다. 오직 이 네 사람을 위한 지중미술관인 것이다.

  또한 2012년에 완성 된 이우환 미술관을 뺄 수 없다. 안도다다오가 3번씩이나 이우환 선생을 찾아가 작품전시를 허락받은 사실은 세계적 미담으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1936년에 경남에서 태어나 1956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1961년 니혼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 부닥친 예술의 정체기에 획기적 개념 미술운동인 모노파[物派]의 이론과 실천하며 일본의 미술계의 숨통을 연 이우환, 현존작가로서 이름이 나오시마에 있다는 사실은 나를 매우 흥분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그리고 지역사람들의 합의에 의해 환경사물로 결정 된 환경조각 '호박'이 있다. 그 호박 조형물에 야요이 쿠사마의 반복 된 원들이 덧 입혀진 것이다. 야요이 코사마는 1929년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정신질환을 앓아 왔고 지금도 병원에서 배려 해준 화실에서 그의 작업이 계속 될 정도로 그의 이력은 그 자체가 스토리이다.

 또, 안도가 설계한 전형적인 지상미술관인 '베네세 미술관'은 기획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건축과 어우러진 작품들은 작품의 크기, 재질, 형태에 적합하게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바다에서 해변으로 때내려 온 나무 조각들을 원형으로 바닥에 배치한 리차드 롱, 미국 유화미술의 아름다운 정서를 보여 준 서정적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 등 수 십 명의 작가들을 초대하고 있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는 지금 여행의 목적지로 삼는 사람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예술과 문화 스토리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의 힘은 '아름다움의 진가는 감상하는 사람만의 소유가 된다'는 진리 안에 숨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돈을 쓰는데 아깝지 않는 이유를 붙여 돌아오게 된다.  ［아시아스타뉴스 칼럼│건축가 노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