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스타뉴스] 제67회 서도소리 정기공연이 지난 3월 19일, 서울 충무로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배뱅이굿’의 예능보유자, 명창 박정욱. 그는 국악 연주단과 대북 연주자들과 함께 ‘배뱅이굿’, ‘회심곡’, ‘황해도 철물이굿’ 등 서도소리의 대표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며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박 명창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재창조를 통해, 서도소리를 오늘의 감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구슬픈 소리 속에 따뜻한 인간미를 녹여내며, 무대 위에서 국악인의 ‘인성’으로 노래하는 진정한 예술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공연 중 ‘회심곡’은 깨달음과 구원의 정서를 담은 서도소리의 명곡이다. 박정욱 명창의 묵직하고도 섬세한 발성은 단순한 음향이 아닌, 삶의 깊이를 전하는 울림이었다. 그는 눈빛, 손짓 하나까지 소리에 실어 관객과 정서적으로 교감했고, 공연장은 숨소리 하나조차 아낄 만큼 몰입된 분위기로 가득했다.
‘배뱅이굿’과 ‘철물이굿’은 그의 대표 레퍼토리이자, 전통 속 신명의 정수를 담은 무대였다. 특히 ‘배뱅이굿’에서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 제자로서의 겸손함, 그리고 배움에 대한 성실한 자세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스승 김정연과 이은관 명창의 예술세계를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한 이 무대는, 전통의 ‘뿌리’를 지키되 창조의 ‘가치’를 넓혀가는 그의 철학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공연 중간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상도 눈길을 끌었다. 10대 시절 국악에 입문해 스승 곁에서 이수자로 생활하며 국악인의 길을 걸어온 박 명창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는 영상 속에서 “전통을 지킨다는 건, 멈춰 서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창조하는 일”임을 창작자로서 정체성을 드러냈다.
박정욱 명창은 국악의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무대를 새롭게 설계하고 연출하는 ‘창업자적 인품’을 지닌 예술인이다. 그는 음악뿐 아니라 무대 전체를 아우르는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며, 연출과 구성,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완성도를 추구한다.
이번 무대는 그의 예술적 신념이 빚어낸 총체적 결과물이었다. 무대와 영상, 연주와 음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연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감상을 넘어, 깊은 성찰과 감동을 안겼다.
박 명창은 “서도소리는 내 인생이고, 내 운명입니다. 앞으로도 전통을 기반으로 더 많은 시도와 도전을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그의 소리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단단했고, 그 울림은 오랫동안 공연장을 떠나지 않았다. K-국악의 오늘을 말하고, 미래를 꿈꾸는 이 무대는 박정욱 명창이라는 창조적 예술인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중환 객원기자 leejee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