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스타뉴스] 2025년 여름 개봉을 앞둔 환경 다큐멘터리 《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는 바다가 보내는 경고음을 인간의 목소리를 통해 담아낸다. 그 목소리 중 한 명, 이유정은 제주 바다를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가는 청년 해녀다. 그는 육지를 떠나 귀향했고, 그곳에서 제주 흑돼지 식당 ‘해녀고기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바다에서 숨을 참으며 물질을 이어가던 그는, 어느 순간 바다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점점 사라지는 해산물, 바다 속의 기형화된 생물들,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화까지. 생업으로 택했던 바다는 어느새 생존과 공존 사이의 경계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낮에는 해녀로 바다에 잠수하고, 밤에는 육지에서 고기를 굽는다. 고기를 굽는 해녀가 된 것이다.
그와 인생을 함께 하기로 한 사람은 김정도다. 그는 UDT(해군 특수전전단) 출신으로, 체력과 순발력을 갖춘 바다의 사나이였다. 어느 날, 커피 원두를 연구하기 위해 이태원 출장 중, 압사 참사 현장에 휘말렸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는 여성 몇 명의 뒷목을 잡아 일으키며 사람을 구했지만, 결국 상황이 악화되자 벽의 철재 구조물을 타고 가까스로 생존했다. “사람이 죽을 것 같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 뒤 휴대폰 배터리는 꺼졌고, 지인들은 모두 그가 사고를 당했다고 믿었다.
그 후, 그는 인간의 생존 본능과 생명의 연약함을 체감했고, 자연과 가까운 삶을 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바다에서 서로를 만났고, 인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씨그널》은 단순히 자연 보호를 말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상처 입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끌어안는 방식이 담겨 있다. 이유정과 김정도는 그렇게 바다가 준 두 번째 기회를 잡고 있다.
감독 박정례와 이지윤은 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환경 다큐에 감정의 결을 더했다. 특히 《씨그널》은 바다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SOS를 보내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지금 당장 응답하라고 호소한다.
육지에서도 바다에서도 살아남아야 했던 두 사람. 그들의 삶은 우리가 환경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은유가 되어준다. 다큐멘터리 《씨그널》은 그들의 현실을 통해 묻는다."당신은 지금, 무엇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조재형 편집위원 agi35@hanmail.net
